1.
들뜬 마음.
해야할 일이 많았다. 생기부, 교재 작성, 수업준비, 사업 준비, 협의회 준비 등. 출발 하루전 하지만 좀처럼 일이 손이 잡히지 않았다. 2일 전 피티에서 무리하게 하체 운동을 한 알배김이 걸을때 마다 다리를 아프게 했다. 식욕이 커졌다. 달달한 것들을 그냥 먹었다. 뭔가에 보상이라도 받기 원하는 듯 몸이 무거워지도록 배에 건강하지 못한 음식들을 쑤셔 넣었다. 딱 방학직전 마음이 그랬다. 바쁜 와중에 방학이 되면 모든 평화가 임하며 될것 처럼 마음이 들떴었지. 하지만 방학이 되어도 여전히 삶은 바쁘고 여유가 없다. 마음이 안정되게 살고 싶은데, 저녁만 먹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만사가 귀찮다. 그저 누워서 유튜브 쇼츠나 의미없이 보는 것이다. 손가락만 까딱까딱. 작고 작은 뇌의 자극에 만족하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마음과 몸이 지쳐간다.
2.
다시 여행.
여권을 보았다. 26, 27년도 대학생때 해외를 많이 다녔더라. 인도, 베트남, 미국, 일본 해외를 나가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마주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키웠지. 그 뒤로 결혼하고 일본을 두번인가 가긴 했는데 그때는 아내의 관광이 행복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온 노력을 다했기에 크게 느껴지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30대 후반이 되어 다시 해외로 나간다. 네덜란드. 프랑스. 유럽으로. 나는 자유롭고 성장할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더듬는다.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베트남 서호의 호수를 거닐며 자유롭게 생각하고 고민했던 그 시간들. 지금은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라는 어깨가 무겁지만, 잠시 일주일간 그 무게를 내려 놓고 내가 행복하고 좋아하는 시간을 가져 보려 한다. 그동안 잠시 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빌리조엘 음악,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좋아아하는 문화를 향유하고 사유하는 것. 나를 잃어 버리니, 그저 달달한 것을 입에 가득 넣고 유튜브 쇼츠가 주는 작은 쾌락에 그저 만족했던 것이지. 여행이 단순히 어디를 갔다가 아닌 잃어 버린 나를 다시 찾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3.
교육
이번 여행은 단순히 여행은 아니다. 교육청에서 보내주는 글로벌 연수이다. 밥값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무엇이 밥값인가? 해외 교육 현장을 통해 교육에서 무엇이 중한지 다시 생각해 보자. 그리고 정리하고 주변에 알리자. 아마 그것이 양심있게 이 연수를 다녀 오는 것일 것이다.
4.
반성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기 전에 지난날 나의 교육 활동을 반추해보자. 교육에 뜻을 세우고 공교육 현장에 온지 만 7년이 지났다. 첫 세경고 기간제 1년은 그저 쏟아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바빳다. 주어진 학생 한명한명이 소중했고 주어진 순간이 모두 값지고 빛나는 시간이었으리라. 서투르고 투박했지만 내안에 잘해보고 싶은 마음과 순수한 마음이 컸다. 그리고 경기기계공업고에서의 3년은 새로운 교육 시도의 연속이었다. 무너져가는 특성화고 교육 현장을 보며,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교육 내용을 좀 더 유의미하게 하고 싶었고,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길러 줄수 있는 교육적 장치는 무엇일까 고민하고 실천했다. 그리고 상암고에 오게 되었다. 최근 3년간은 운이 좋게도 다양한 강의 자리에 초대 받아 다양한 교육 무대에서 특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장에서 주목받게 되었고, 강사비도 섭섭치 않게 받았다. 약간 우쭐해 진 것 같기도 했고, 동시에 내안에 근본이 부족함을 알기에 늘 불안했다. 수많은 사람을 스쳐가며 노션과 메이커 교육에 대해 이야기 했고, 사람들 앞에 쪽팔리지 않으려고 더 있어보이는 교육 내용을 찾아다니며 조합하며 만들어 냈다. 하지만 동시에 내게 주어진 정규 수업의 교육의 질도 함께 올라 갔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분명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갈고 닦은 나의 수업 스킬이나 내용적 최신 업데이트를 학생들에게 제공한 점은 장점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교육이란 것은 나만 잘 났다고 떠들어 대는 것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배움이란 활동이 일어날 때 교사는 자아가 비대해져서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게 학생은 없었다. 잘 따라오면 역시, 잘 못따라오면 학생이 관심이 없나 보네 라고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바빳다. 가정에서 남평, 아빠의 역할 외부 강의에 강사로서의 삶, 그리고 학교 행정을 처리하는 역할 사이에서 정규 수업의 교사로의 역할이 특별히 크지는 않았다. 수행평가 등 제도적으로 정해진것이 문제만 생기지 않았으면 괜찮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냈다. 마치 4개의 공을 저글링 하는 광대 처럼 이리저리 공을 돌리며 무너지지 않으려고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결국 나는 무너졌다. 멘탈적으로 완전히 고장났다. 멘탈이 완전히 고장난 상태에서 육체적으로 기능은 하지만 영혼을 잃어버렸다. 마치 성실한 좀비처럼 해야하는 일은 계속해서 쳐냈지만, 나는 살아있음을 못느꼈다.
5.
회복
먹는 것이 주는 작은 쾌락에 자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의 배에는 두꺼운 벨트를 맨것 처럼 지방이 내 복부를 휘감고 있다. 확실히 몸이 무거워진 것이 느껴진다. 최근에 피티를 받았다. 피티 선생님은 나보다 28살 온몸 문신 가득한 남성미 가득한 헬스 보이이다. 피티를 두번 받았지만, 두번 모두 그는 50분의 시간 동안 나의 한계를 끓어내어 근육을 사정없이 손상 시켰다. 덕분에 온몸에 근육이 회복되는 동안 근육통이 장난 아니다. 지금도 걸을때마다 다리가 욱신욱신 하다. 하지만 이 고통은 근육을 만들어 줄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근육은 더 움직이고 건강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다시 좋은 생활습관과 창조적인 창작물이 생기게 될것이다. 이것이 일의 무덤의 악순환에서 건강한 삶의 선순환으로의 방향전환이다. 방향전환을 하는 처음에는 고통과 힘듦이 있지만, 이 시기를 잘 보낸다면 선순환의 유지에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그 회복의 시간을 유럽에서의 연수 시간으로 하자. 이 시간동안 좋지 않은 습관을 멀리하고, 건강하고 정돈된 삶으로 시작을 하자.
6.
창작
비행시간이 14시간이다.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14시간을 감당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도움이 될만한 책과 영상을 준비해 왔고 하나씩 집중을 하며 콘텐츠를 소화한다. 특히 재미있게 본것은 하버드와 스탠포드의 컴퓨터 강의 이다. 지적인 열정으로 넘치는 세계적인 교수님의 강의를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들을 수 있다니 행복하다. 이 강의를 보면서 느낀것은 2026년은 이제 정상궤도에 오른 생성형 AI를 활용한 폭발적인 생산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생산의 과정속에서 프로젝트의 대한 감을 얻고 이러한 반복을 통해 개인의 감과 능력이 이를 하지 않는 사람과 엄청난 격차가 벌어질 것같다는 생각을 한다. 빠르게 변화고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피드백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AI시대의 인간. 이 폭주 기관차 같은 삶에서 넉다운이 되지 않으려면 내안의 중심이 확실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창작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올라온다. 냉철한 자기 관리와 뜨거운 열정의 삶의로 초대 받은 기분이다.

